I
소풍 가는 날이면 나는 늘 눈이 커졋어. 보물찾기에 노하우(Know how)를 갖고 있는 터라 신명 났는데 고목 근경 근처나 소나무 같은 변재부 껍질이 두터운 틈새와 산 짐승이 배설한 돌 밑에 숨겨져 있었어 초등학교 선생님과 함께 연수를 받았는지 항상 그 곳에 가면 보물을 만날 수 있었어.
그래 우리는 이때부터 마음속의 진정한 보물이 무엇인가를 찾았는지 모른다.
II
히말라야시더는 인분(人糞)을 좋아하는지 농업시간이면 나무 주위에 범벅이 되도록 퍼부었어. 똥독(毒)에 걸릴까봐 내심 걱정도 했지만 성하의 계절이면 짙은 녹색을 풀어내는 그 나무는 똥을 잘 먹는 똥 나무라고 알고 있었어.
그래 우리는 이때부터 모든 생명체는 자연의 섭리로 이뤄진다는 것을 익혔는지 모른다.
III
추수감사절이면 학교 옆 야산에서 토끼몰이를 하는데 선생님은 지휘 장수였고 우리는 북소리따라 움직이는 졸(卒)이었어 솔방울 채취해서 화톳불 지피고 토끼탕 국물 냄새가 교정에 넘칠때면 가냘픈 모가지마저 미이라처럼 말라버린 만추의 코스모스는 정들었던 교정을 마음속에 간직하라 했었어.
그래 우리는 이때부터 지혜와 만물의 위치를 한나씩 깨닫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IV
주판알 잘 튕기고 빤둥거리던 소년 소녀는 상고(商高)로 여상(女商)으로 가고 자전거 체인 잘 끼우고 툽상스런 소년은 공고(工高)로 가고 농번가에 엄벙대던 소년은 농고(農高)로 가고 툭하니 공부 잘하는 소년을 제외하고 둔박한 소년은 인문고(人文高)로 진학했지만 대개는 부모 형제 자매 친인척 따라 도회지로 공단으로 간다는 소리소문을 들었고 졸업식날 우리들의 눈물색깔은 여러모로 달랐어.
그래 우리는 이때부터 저마다 다른 재능과환경 때문에 인생의 항로가 제각각임을 동창생들로부터 배웠는지 모른다.
김기일
선배님께서는 세세하게 추억을 기억하시는군요
2006/03/16
성낙순
일깨워 주는 대단한 글입니다
몇번을 되풀이 읽어도 옛날이 새록 새록 합니다!
2006/09/01
전원일
댓글을 남겨주신것을 오늘 알았습니다 감사드리오며..()()문학에 관심이 있으신 동문님들은 제가 운영하는 문학카페...다음카페<나무와시인>과 <문학춘추>를 방문해주시면 동문님들을 따뜻하게 맞이 하겠습니다~~()()...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